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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5월부터 8월까지의 메모를 엮었습니다.

「5月」

덕분에 괴로운 마음들을 잘 눌러두고 살 수 있었습니다.

1p​

「안부」

맞은편에 앉은 남자는 벌써 아이스커피를 두 잔째 주문 중이었다.

저 남자는 커피를 저렇게 마시고서도 밤에 편히 잠들 수 있을까.

잘 지내고 있었냐는 물음에는 어떤 말로 시작을 해야 할지 몰라서

여러 번 눈꺼풀을 껌벅이다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더니

아무 말도 돌아오지 않았다.

34p

「구실」

버스 창가 쪽에 앉아서 문을 뒤로 젖히니 바람이 날쌔게 새어 들어왔다.

머리카락이 힘차게 날렸다. 여름. 이른 새벽 같은 초저녁의 하늘.

나는 힘을 좀 내고 싶었다.

43p

「일과」

찬물로 세수하기. 세탁기 돌리기. 방을 쓸고 책상을 닦기.

늦은 저녁에 찻물 올리기. 손톱을 깎아내고 다듬기. 방 불을 끄고 잠들기.

오래 산책하기. 두 눈을 깜박이기. 숨쉬기. 살기. 살아가기.

51p

 

「안식」

거스를 수도, 되돌아갈 수도 없는 것들이 있다. 후회스러운 마음을 내버려두면 잡초처럼 나날이 무성해질 것이기 때문에. 나는 그것들을 잘라내고 흘러가는 물살에 몸과 마음을 맡기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어떤 다짐이나 결심이 꼭 필요로 한때가 있지만 지금은 일단 흘러가는 대로, 시간이 나를 데려가는 곳으로 가고 싶다.

5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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