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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월부터 4월까지의 메모를 엮었습니다.

「가로수」

우수수 떨어진 이파리들 사이로 점점 앙상해가는 가지들이 있었다.

며칠 사이 비에 젖어 바닥에 달라붙은 낙엽들도 보였다.

나무를 보면서 계절을 알아 가고 있다.

그러면서 기나긴 일 년 중 내가 어디쯤 와 있는지를 조금은 실감하게 되는 것이다.

3p​

「어느 저녁 1」

그건

우연히 엿들은 대화.

옆 테이블에 앉아 있던 사람의

말 못할 고민.

각자 느끼는 추위가 다른 환절기.

잊을만하면 떠오르는 것.

10p

​​

「한파」

지금 느끼는 허탈함이고 괴로움이고 지나갈 거라고 여기면 그런대로 괜찮은 삶이다.

강력한 고통을 한 번 맛보고 나면 그 다음에 작고 사소하게 찾아오는 고통에는 덜 몸서리칠 수 있게 된다.

앞으로 얼마나 더 센 강도의 고통이 나를 내려칠지는 모르겠다만.

작은 고통에 무뎌질 수 있는 걸 다행으로 받아 들여야 하는 건지 알 수 없다.

그 와중에도 결코 무뎌지지 않는 고통이나 괴로움도 있을까.

시간이 더 지나봐야 알게 될 것이다.

15p​

「3月」

3월의 첫 날은 쓰고 있던 원고의 절반이 날아가는 불행으로 시작했다.

의자에 앉아서 식은 피자를 먹고 김빠진 콜라를 마셨다.

있는 대로 먹고 마신다. 주어진 대로 산다.

왜일까.

전력을 다해 살기가 잠깐 어려워지는 기분이 든다.

31p​

 

「매일」

괜찮아지는 일도 있을 것이고

갈수록 골이 깊어가는 일도 있을 것이다.

5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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