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들은 비행기 좌석 위에 달린 작은 독서등 또는 낯선 호텔 방의 조명등 아래에서 남겼던 것들입니다.
겨울에 떠났던 여행의 장면과 짧은 기록들을 모으며 우리가 해마다 얼마나 많은 것들을 잃으면서 동시에
또 얻게 되었는지에 대해 나누고자 합니다.








날이 춥다고들 해요. 저는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이 편지를 적어요. 지금은 깊은 밤이고, 날개 아래로 이름을 알 수 없는 도시의 불빛이 천천히 흘러가고 있어요. 눈 내리는 걸 보셨나요? 서울에는 간 밤에 눈이 내렸다고 하더라고요. 이 짧은 여정이 끝나고 일상으로 다시 돌아가게 되면 저는 뭘 이어서 할 수 있을 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금으로서는 마음이 충만하고 빼곡히 채워진 냉장고와도 같지만 이 또한 사그라들고 말겠지요. 언제나 그러했듯이 말이에요. 오늘 아침에 며칠간 묵었던 호텔 방 안에서 짐을 싸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삶의 모든 것들은 임시 거처가 아닐까. 내가 가는 곳과 내게 와주는 그 모든 것들이 결국에는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는 것들이 아닐까. 여행이든 일상이든 할 것 없이 무수히 많은 장소와 사람들은 지나고 보면 잠시 옆에 있었던 것들이에요. 곧 새로운 해가 밝는다는 사실 때문인지 사람들의 표정은 평소보다 조금 더 들떠있는 것 같아요. 다음 해에는 어떤 일을 할지 크고 작은 계획을 세우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저도 그런 계획에 대해서 고민해 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요. 어떤 생각을 하고 그다음을 위해서 어떤 고민을 하고 계시나요. 어디에 머물고 계시나요. 이 글을 읽는 시간은 저녁인가요, 아침인가요. 저는 곧 이 비행기에서 내려 일상으로 돌아가게 될 거예요. 그리고 또다시 아침에 일어나고 씻고 밥을 먹고 일을 하고 저녁에는 집으로 돌아와 숨을 돌리겠지요. 비슷한 것처럼 보이지만 분명 각자에게 주어지는 일상은 다르고 감당해야 할 몫도 다른 것 같습니다. 그래서 기뻐지는 지점도 슬퍼지는 지점도 전부 제각각이겠지요. 다만 각기 다른 일상을 보내면서 우리의 시간이 계속해서 겹쳐지기를 바랍니다. 긴 겨우내 건강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