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 9월부터 12월까지의 메모를 엮었습니다.
「9月」
여기 있던 화분은 제가 보살필게요.
안부가 궁금하시면 연락 주세요.
1p
「양치질」
칫솔을 입에 물고 방 한편에 내버려 두었던 책을 한 번씩 흘겨봤다.
미루고 미루다 보면 결국엔 무엇이 남을까. 쌓이는 게 많아지면 삶이 얼마나 무거워 지는지,
계속 쌓이는 걸 보고도 덮어 두며 산다는 건 또 얼마나 찝찝한 일인지 이미 알고 있다.
9p
「흐린 하늘」
중요하지는 않은데 필요한 것은 많아서,
잠깐 동안 턱을 괴고 망설이는 시간이 있었다.
13p
「아침 겸 점심」
오늘이 며칠인지 몇 시인지 까마득하게 잊었다. 어젯밤 알 수 없는 시간에 잠들어서 눈을 떠보니 오후 네시 반이었다. 반나절이 지나가 있었다.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싶다가도 이렇게 사는 것이 편해서 쭉 이렇게 살고 싶은 마음도 잠깐 들었다. 그동안 계속 잠을 잤고, 일어나 고양이 세수를 했고, 파스타 면을 삶거나 카레를 끓이는 식으로 끼니를 챙겼다. 그러고 나서 다시 침대에 누워 영화를 돌려보다가 잠깐 책을 펼쳤다가 새벽이 되어서야 밀린 작업을 했다. 작업을 하다가 잠들면 다시 다음 날 오후 이맘때였다. 어떤 날은 눈을 떠보니 이미 창밖으로 해가 지고 있었다. 간혹 택배기사가 우리 집의 초인종을 눌렀다. 갔나? 싶었을 때 몇 차례 노크를 하는 소리가 났다. 문 앞에 택배가 툭 하고 떨어지는 둔탁한 소리가 들려오면 그제서야 갔구나. 하고 생각했다. 나는 그저 침대 위에 던져진 외투처럼 묵묵부답으로 누워 있었다. 작년 겨울이었다. 이곳으로 이사를 온 것이. 골목 끝에 살았던 지난 집과는 다르게 큰 길가에 위치한 집이어서 동네 이웃들의 소리가 아주 크게 들렸다. 듣고 싶지 않아도 그랬다. 특히 내 방 창문은 길가 쪽으로 나 있어서 그 소리가 더 크고 또렷하게 들려왔다.
밤에는 주로 술에 취해 미친 듯이 이별 노래를 부르는 사람, 악에 받쳐서 싸우는 부부, 하하 호호 웃으면서 무리 지어 지나가는 사람들의 소리가 들렸다. 사람이 사는 소리였다. 저렇게 울고 웃으면서 친구들과 이야기를 해본 것이 언제더라. 해괴한 전염병으로 얼굴을 자주 맞대지 못하는 대신 친구들과 통화가 늘었지만 그 외의 시간에는 보통 조용한 날이었다. 생각이 난 김에 윤이에게 연락을 남겨두고 겨우 일어나 찬물을 들이마셨다. 정신을 차리고 문밖에 놓여 있던 택배 박스를 집 안으로 끌고 들어왔다. 엊그제 저녁에 주문한 샴푸였다.
23p-24p
「꺾어 신는 신발」
자신에게 편한대로, 자신의 버릇대로 사는거야.
49p